제3편: 전통 장류의 출발점: 메주에 피는 곰팡이의 종류와 유익균 구별법

## 메주 상자를 열었을 때 마주하는 첫 공포

전통 간장이나 된장을 직접 담그기 위해 시장에서 메주를 사 오거나, 집에서 직접 콩을 삶아 메주를 띄워본 분들이 공통으로 겪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메주 표면을 가득 덮고 있는 알록달록한 곰팡이들을 마주할 때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식빵이나 과일에 곰팡이가 피면 즉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통 장을 만들 때는 이 곰팡이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처음 홈 가이드로 장 담그기에 도전했을 때, 저 역시 메주 구석에 핀 검은색과 푸른색 곰팡이를 보고 "이거 아까운 콩 다 버린 것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유익한 균과 해로운 독소 곰팡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장을 담그는 내내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실제로 건강에 해로운 장을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메주라는 작은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균들의 주도권 싸움을 이해하면, 좋은 메주를 고르는 안목과 안전한 장을 만드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 메주의 맛을 만드는 고마운 흰색과 황색 곰팡이

웰빙과 전통의 깊은 맛을 완성하는 메주 표면의 일등 공신은 바로 '황국균(Aspergillus oryzae)'과 흰색의 '포자 곰팡이'들입니다. 잘 띄워진 메주를 보면 표면에 마치 얇은 솜털이나 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흰색, 혹은 옅은 노란색(황록색)의 곰팡이가 아름답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유익균들은 삶은 콩의 단백질과 전분을 분해하는 강력한 효소를 분비합니다. 단백질을 쪼개어 장류 특유의 깊은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만들고,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어 장에 은은한 단맛을 입히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메주 속 깊은 곳에서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고초균)'라는 유익한 세균이 함께 자라며 메주 특유의 구수한 향을 완성합니다.

눈으로 보았을 때 밝은 노란색이나 회백색을 띠며, 코를 댔을 때 퀴퀴한 악취가 아니라 구수하고 잘 말라붙은 짚 냄새가 난다면 유익균들이 내부까지 훌륭하게 장악했다는 증거입니다.

##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검은색과 푸른색 곰팡이

반대로 우리가 반드시 경계하고 제거해야 할 불청객들이 있습니다. 바로 짙은 푸른색(초록색) 곰팡이와 검은색 곰팡이입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다용도실처럼 통풍이 잘되지 않고 습도가 과도하게 높은 환경에서 메주를 띄우거나 보관하면, 유익균보다 이 유해 곰팡이들이 먼저 자리를 잡게 됩니다.

특히 푸른색을 띠는 일부 곰팡이류와 검은색의 누룩곰팡이 중 일부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이나 '오크라톡신' 같은 강력한 곰팡이 독소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 독소들은 열에 매우 강해서 나중에 장을 달이거나 끓여도 쉽게 파괴되지 않고 몸에 축적되어 간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주 전체가 시커벋게 변해 있거나, 표면에 끈적한 점액질과 함께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매캐한 썩은 냄새가 난다면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사용을 포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분적으로 핀 푸른 곰팡이는 초기 대응을 통해 살릴 수 있지만, 메주 내부까지 검게 썩어 들어간 것은 절대 장으로 담가서는 안 됩니다.

## 잘못 핀 유해 곰팡이를 해결하는 안전한 손질법

만약 구입했거나 보관 중인 메주에 유익균과 함께 약간의 푸른색, 검은색 곰팡이가 부분적으로 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을 담그기 직전에 거치는 '메주 씻기' 단계에서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완전히 박멸해야 합니다.

첫째, 물에 오래 담가두지 마세요. 마음이 급해서 메주를 물에 푹 담가 불리면 표면에 있던 유해 곰팡이 포자가 메주 내부의 갈라진 틈새로 스며들어 오히려 독소를 안으로 밀어 넣는 꼴이 됩니다. 흐르는 찬물 아래에서 솔이나 깨끗한 수세미를 이용해 표면의 유해 곰팡이를 강하게 문질러 깎아내듯 씻어내야 합니다.

둘째, 씻어낸 메주는 반드시 햇볕 아래에서 완벽하게 바짝 말려야 합니다. 곰팡이는 수분이 없으면 활동을 멈춥니다. 깨끗이 씻은 메주를 채반에 받쳐 직사광선이 잘 드는 곳에서 하루 이틀 정도 바짝 말려주면, 햇빛의 자외선(UV)이 자연 살균 효과를 내어 남아있는 미세한 유해 포자까지 사멸시킵니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고 축축한 상태로 소금물에 넣으면, 장을 담근 항아리 속에서 다시 푸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원인이 됩니다.

## 생태계의 균형을 이해하는 안심 가드닝

메주를 다루는 것은 결국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제어하는 일입니다. 완벽하게 깨끗한 메주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 속의 수많은 균 중에서 우리에게 이로운 균을 우세하게 키워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려하고 낯선 곰팡이의 모습에 처음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맑은 황색과 흰색의 유익균을 반갑게 맞이하고, 침입한 어두운 색의 유해균은 철저한 세척과 햇빛 소독으로 차단해 준다면, 아파트 환경에서도 독소 걱정 없이 깊고 구수한 나만의 명품 전통 장을 안전하게 성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핵심 요약

  • 메주의 흰색과 황색 곰팡이(황국균)는 단백질을 감칠맛으로 분해하는 필수 유익균이며, 구수한 짚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 과습한 환경에서 피는 검은색과 푸른색 곰팡이는 독소를 생성할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하며, 악취가 나거나 내부까지 번졌다면 사용을 금해야 합니다.

  • 부분적인 유해 곰팡이는 흐르는 물에 솔로 빠르게 문질러 씻어낸 후, 직사광선에서 완전히 바짝 말려 자외선 살균을 거쳐야 안전합니다.

## 다음 편 예고

메주의 균 상태를 확인하고 손질을 마쳤다면, 이제 이 메주를 담글 공간인 '용기'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통의 맛을 살리는 '발효 용기 고르는 기준: 옹기, 유리병, 스테인리스의 장단점 비교'에 대해 각 재료의 과학적 특징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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